탄소 회계

탄소 회계(Carbon Accounting)는 기업이나 조직, 국가 등이 활동 과정에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 관리 및 보고하는 회계 방법이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인간 활동에 따른 탄소 배출을 정확히 이해하고 관리할 필요성이 국제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기존의 경제활동은 주로 재정적 이익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이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의 환경적 피해는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탄소 배출량은 계속 증가해 왔고, 기후변화의 심각한 위협을 가중시켰다. 탄소 배출 관리 부실은 극단적인 기상 이변, 생태계 파괴,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 회계가 개발되었으며, 이는 기업 및 국가가 자신의 배출량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감축 목표를 설정하며 그 이행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필수적인 수단으로 탄소 회계를 중시하며, 국제표준과 규제의 도입 및 확산을 촉진하고 있다.
정의 및 개념
탄소 회계(또는 온실가스 회계)는 기업이나 조직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측정하고 기록하는 방식이다. 이 회계는 산림 관리나 재생에너지 같은 온실가스 감축 활동의 효과를 평가할 때도 활용된다. 기업과 도시, 다양한 조직은 탄소 회계를 통해 기후 변화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조직은 온실가스 배출 기준치를 설정한 후, 이를 줄이기 위한 목표를 수립하고 진행 상황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탄소 회계는 이 과정을 투명하고 일관성 있게 운영하는 데 도움을 준다.
탄소 회계를 실시하는 주요 이유는 사회적 책임 이행과 법적 규정 준수다. 여기에 더해, 기업 평판 제고, 재무 평가 개선, 비용 절감 등의 효과도 있다. 탄소 회계를 통해 투자자는 기업의 기후 리스크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고, 기업과 지역 사회는 ‘탄소 중립(Net Zero)’ 목표 달성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많은 나라에서는 온실가스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실제로 탄소 회계 시스템 도입이 배출량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있다. 탄소 배출권 거래 시장 역시 정확한 배출량 측정과 관리를 기반으로 운영되며, 탄소 회계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탄소 발자국’을 전 과정에 걸쳐 파악하는 데 기여한다.
탄소 회계는 기업이나 도시 단위부터 국가 전체의 배출량 산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로 적용된다. 여기에는 실제 측정, 계산, 추정 등의 방법이 활용되며, 대표적인 표준으로는 ‘온실가스 프로토콜(GHG Protocol)’과 ‘ISO 14064’가 있다.
보통 배출량은 세 가지 범위(scope)로 나뉜다.
- 스코프 1: 조직이 직접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시설에서 발생하는 직접 배출
- 스코프 2: 외부에서 구입한 전기 등의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간접 배출
- 스코프 3: 공급망, 제품 사용 등에서 발생하는 기타 간접 배출
특히 스코프 3 배출은 정확한 추정이 어렵다. 탄소 상쇄 제도에서는 ‘추가성(additionality)’이나 ‘중복 계산(double counting)’ 문제로 신뢰성에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과 프로젝트의 배출 보고서는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최근에는 ‘클라이미트 트레이스(Climate Trace)’처럼 위성 이미지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실제 배출량과 보고 내용을 비교하고 검증하는 기술도 등장하고 있다.[1]
기원과 발전 과정
초기 온실가스(GHG) 회계는 국가 차원에서 시작됐다. 1995년, 유엔 기후변화 프로그램은 선진국에 여섯 가지 산업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매년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이어 1997년 교토의정서에서는 오늘날 탄소 회계의 기준이 되는 주요 온실가스를 정의했다.[2] 이에는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육불화황(SF₆), 삼불화질소(NF₃),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가 포함된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은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1998년, 세계자원연구소(WRI)와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는 온실가스 측정과 관리의 표준화를 위해 협력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1년 9월 ‘온실가스 프로토콜(GHG Protocol)’이 발표되었다.[3] 이 프로토콜은 민간 기업과 공공기관이 배출량을 시설, 공급망, 제품, 도시 정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일관되게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GHG 프로토콜은 배출량을 다음 세 가지 범위로 구분한다.
- 스코프 1: 기업이 직접 운영하거나 통제하는 시설에서 발생하는 직접 배출
- 스코프 2: 기업이 외부에서 구매한 전기 사용으로 인한 간접 배출
- 스코프 3: 공급망, 제품 사용 등 기업 외부에서 발생하는 기타 간접 배출
이후 탄소 회계를 촉진하는 다양한 활동이 이어졌다. 2002년 영국에서 설립된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는 현재 수천 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공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4] 2015년에는 CDP, WRI, 세계자연기금(WWF), 유엔 글로벌 콤팩트(UNGC)가 협력해 과학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를 출범시켰다. 이 이니셔티브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배출 감축 목표 설정을 기업의 표준으로 자리 잡게 했다.
파리협정이 체결된 2015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이 금융 리스크로 연결되면서 이에 대한 체계적 관리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이에 따라 기후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가 구성되었고, 투자자·금융기관·보험사 등을 위한 기후 정보 공개 기준이 마련되었다. 최근에는 유럽연합(EU)과 미국을 중심으로 기업의 재무 정보 공개에 온실가스 회계 기준을 포함하도록 하는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온실가스 회계에 참여하는 기업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20년에는 미국 S&P 500 기업의 81%가 스코프 1과 2 배출량을 보고했고, 2022년에는 전 세계 22,000개 이상의 기업이 CDP를 통해 배출 정보를 공개했다.[5]
대한민국은 2009년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하면서 탄소 회계를 본격 도입했다. 이후 2015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K-ETS)가 시행되며, 대규모 배출 기업을 중심으로 배출량 측정과 보고가 본격화됐다. 최근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과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에 따라, 기업과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탄소 회계 기준에 따른 정보 공개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탄소 회계의 확산 요인
기업 내부 요인
기업이 탄소 회계를 도입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대표적인 이유로는 다른 기업과의 평가 및 순위 경쟁,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 관리, 투자자의 실사 요구, 주주 및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강화, 직원 참여 촉진, 에너지 비용 절감 등 경영적 이점을 들 수 있다. 오늘날 온실가스 배출량의 측정과 관리는 기업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핵심 경영 활동으로 인식되고 있다.
정부 규제 요인
정부의 법적 규제도 탄소 회계 도입의 주요 배경이다. 일반적으로 온실가스 보고는 개별 법률이나 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의무화된다. 배출권 거래제 역시 정확한 배출량 보고 체계에 기반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 40개국 이상이 법적으로 온실가스 보고를 요구하고 있다.[6]
유럽연합(EU)은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을 통해 ESG 정보, 특히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상세히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는 유럽 그린딜 정책의 일환으로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조치다.
영국은 환경보고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존의 온실가스 보고 요건을 구체화했으며,
미국은 ‘온실가스 보고 프로그램(GHGRP)’을 통해 41개 산업 분야의 대규모 시설이 배출량을 시설 단위로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감독 기관도 탄소 회계 규정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2년 모든 상장기업에 대해 스코프 1과 2 배출량 공개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제안했다.[7] 특히, 스코프 3 배출량이 재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기업이 이미 목표를 설정한 경우에는 보고가 필수다.
일본 금융청(FSA) 역시 도쿄증권거래소 상장기업 약 4,000개사를 대상으로 기후 관련 정보를 재무적으로 공개하도록 규정했다.
한편, 미국과 영국 정부는 2022년 공공 조달 과정에서도 온실가스 배출 보고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배출권 거래제도는 탄소 회계 확산을 이끄는 핵심 제도다.
예를 들어, EU 배출권 거래제(EU ETS)는 허용된 배출 한도 내에서 기업 간 배출권을 사고파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EU ETS는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규모이며, 유럽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40% 이상을 관리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유사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 외에도 CDM, REDD+ 같은 국제 탄소 상쇄 프로그램들은 프로젝트 단위에서 구체적인 감축 평가와 보고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파리협정 6조에 따른 국제 감축 프로젝트의 보고 방식은 아직 협의가 진행 중이다.
대한민국은 2015년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을 바탕으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K-ETS)를 시행했다.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기업과 기관은 매년 정부에 배출량을 보고해야 한다.
또한, 2021년 9월 제정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법적으로 명시했다. 이에 따라 기업과 공공기관의 배출량 관리와 보고 의무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8]
비정부기구(NGO) 주도 프로그램
비정부기구도 탄소 회계 확산과 기준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는 기업들이 온실가스 프로토콜(GHG Protocol) 또는 유사한 방식을 통해 배출 정보를 공개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또한, 과학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와 기후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도 GHG 프로토콜을 기준으로 기업의 탄소 회계 및 감축 목표 설정을 지원한다.
국제 표준과 주요 체계
현재 널리 사용되는 탄소 회계 표준 가운데 상당수는 2006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제시한 온실가스 인벤토리 가이드라인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9]
이 가운데 투명성, 정확성, 일관성, 완전성의 원칙은 여러 회계 기준에서 자주 적용된다. 반면, 비교 가능성(comparability) 원칙은 상대적으로 덜 활용되지만, 온실가스 프로토콜(GHG Protocol)의 기업 표준에서는 이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대부분의 탄소 회계 표준은 교토의정서에서 규정한 온실가스를 대상으로 한다.
표준 접근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 귀속적(attributional) 회계: 온실가스 배출을 특정 조직이나 제품에 할당하고, 시간에 따른 변화를 측정·관리하는 방식
- 결과적(consequential) 회계: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와 같은 특정 활동의 시행 전후를 비교해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
기업 및 지방정부용 표준
기업과 지방정부는 온실가스를 관리하고 보고하기 위해 다양한 회계 기준을 활용한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기관과 기준이 있다.
- 온실가스 프로토콜(GHG Protocol)
-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CFD)
-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SASB)
- 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GRI)
- 기후정보공개 표준위원회(CDSB)
- 기후등록소(Climate Registry)
이 외에도 산업별 특화 기준이 존재하며,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는 이보다 더 폭넓은 보고 기준을 허용하고 있다.
도시 및 지역사회용 표준
도시와 지역사회 단위의 탄소 회계에는 다음과 같은 표준이 사용된다.
- 글로벌 프로토콜(GPC): 지역사회 단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는 국제 표준
- ICLEI 미국 지역사회 프로토콜: 미국 내 도시와 지역사회를 위한 맞춤형 기준
ICLEI의 프로토콜은 특히 미국 지방정부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온실가스 프로토콜(GHG Protocol)
GHG 프로토콜은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탄소 회계 표준이다. 이 표준은 적합성, 완전성, 일관성, 투명성, 정확성의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 GHG 프로토콜은 온실가스 배출을 세 가지 범위(스코프)로 나눈다.
- 스코프 1은 기업이 직접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시설에서 발생하는 직접 배출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연료 연소, 회사 차량 운행, 설비에서의 누출 등이 해당된다.
- 스코프 2는 기업이 외부에서 구매한 전기, 난방, 냉방, 증기 등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간접 배출을 의미한다. 2010년 기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분의 1이 스코프 2에 해당한다.
- 스코프 3은 공급망, 제품 사용 등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기타 간접 배출을 포함한다. 운송, 소비자의 제품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이 여기에 속하며, 대부분의 기업에서 스코프 3 배출이 전체 배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사우디 아람코가 판매한 석유를 소비자가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이 여기에 해당한다.
CDP 보고에 따르면, 스코프 3는 전체 배출량의 약 75%를 차지하지만 산업에 따라 차이가 크다. 2022년 기준, 미국 기업의 약 30%만이 스코프 3 배출량을 보고했다.
국제지속가능성표준위원회(ISSB)는 모든 기업이 스코프 3까지 보고하도록 권장하는 기준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 범위는 구매 상품, 직원 통근, 제품 사용 등 총 15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현재 WRI는 토지 관리, 이용 변화, 바이오 제품, 탄소 제거 기술 등을 다루는 토지 부문 및 흡수원 표준을 개발 중이며, GHG 프로토콜의 기업 표준, 스코프 2·3 지침 역시 2024년을 기준으로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ISO 14064
국제표준화기구(ISO)는 2006년, 온실가스 회계 및 검증을 위한 표준인 ISO 14064를 발표했다. 이 표준은 WRI와 WBCSD와의 협력을 통해 GHG 프로토콜과의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설계되었다.
- ISO 14064-1:2006은 배출 및 흡수량의 산정과 보고 원칙을,
- ISO 14064-3:2006은 온실가스 보고서의 검증 절차와 검토 방법을 제시한다.
PAS 2060
PAS 2060은 조직이 탄소 중립 상태를 어떻게 입증할 수 있는지 제시하는 표준이다. 2010년 영국표준협회(BSI)가 발표했다.[10]
이 표준은 스코프 1·2 배출 전량과 전체 배출 중 1% 이상을 차지하는 스코프 3 항목을 보고하도록 요구한다. 또한, 기업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공개 약속과 함께 탄소 관리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계획에는 감축 목표, 실행 방법, 상쇄 방법, 달성 시점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미국 EPA 온실가스 보고 프로그램(GHGRP)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시설 및 공급자 단위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GHGRP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11]
보고 대상은 다음과 같다.
- 시설 단위: 화석연료·바이오매스 연소 배출,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산업 공정에서의 배출
- 공급자 단위: 석탄, 천연가스, 석유 제품 공급자, 이산화탄소 등 산업용 가스 공급자
EPA는 지속적 모니터링, 물질 수지 계산법, 표준 배출계수 등을 활용하도록 안내하며,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 온실가스 연례 목록을 작성해 UN에 제출한다.
기후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
TCFD는 2015년 설립되어 기업의 기후 리스크 정보 공개를 위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공개 기준은 다음 네 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 지배구조
- 전략
- 리스크 관리
- 지표 및 목표
TCFD는 관련성, 명확성, 비교 가능성, 검증 가능성 등 일관된 보고 원칙을 강조하며, 기업이 GHG 프로토콜 기반으로 스코프 1·2 배출량은 무조건, 스코프 3는 재무적으로 중요할 경우 보고하도록 권고한다.
도시 및 지역사회 온실가스 프로토콜
지역사회 단위의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위한 글로벌 프로토콜(GPC)은 WRI, C40, ICLEI가 공동 개발했다. 지역사회는 행정 경계를 기준으로 보고 범위를 정하고, 다음 여섯 개 부문을 중심으로 배출량을 산정한다:
- 고정 에너지
- 교통
- 폐기물
- 산업 공정 및 제품 사용
- 농업
- 산림 및 토지 이용
보고 방식은 GHG 프로토콜의 스코프 체계를 사용하며, 지역 내·외에서 발생한 배출량을 구분해 산정한다.
ICLEI 미국 프로토콜은 활동 기반으로 배출량을 측정하며, 주요 항목은 전력 사용, 난방, 교통, 폐수 처리, 폐기물 등이다. 이는 지역사회 참여와 기후 행동계획 수립, 배출 변화 추적을 목표로 한다.
또한, PAS 2070 같은 소비 기반 회계 방식은 지역 외부에서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의 배출까지 포함하며, 이 경우 내부 발생 배출량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제품 탄소 회계 표준
제품 탄소 회계는 생애주기 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의 한 분야로, 제품의 탄소 발자국(Product Carbon Footprint)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 회계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주요 표준으로는 ISO 14067, PAS 2050, GHG 프로토콜 제품 표준이 있다.
GHG 프로토콜 제품 표준은 ISO 14040과 PAS 2050의 기본 구조를 바탕으로 개발되었다. 기업용 GHG 프로토콜의 스코프 3과 유사하지만, 특정 제품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을 중점적으로 분석한다. 이 표준은 적합성, 완전성, 일관성, 투명성, 정확성의 원칙에 따라, 목표 설정 → 분석 경계 설정 → 배출량 산정 → 불확실성 분석 → 보고의 단계를 따른다. 분석 범위는 일반적으로 ‘요람에서 무덤까지(cradle-to-grave)’, 즉 제품의 전체 생애주기를 포함한다.[12]
ISO 14067은 기존 ISO 생애주기 평가 기준을 기반으로 개발된 표준이다. 이 기준은 목표 및 범위 정의, 인벤토리 분석, 영향 평가, 결과 해석 및 보고 과정을 포함한다. ISO 14067에서는 시스템 경계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분석 범위를 정의한다. 주로 다음 세 가지 방식이 사용된다.
-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
- 요람에서 게이트까지: 제품이 공장을 떠나기 전까지의 과정
- 게이트에서 게이트까지: 공급망 내 특정 단계만을 분석
제품 탄소 회계를 통해 가치사슬 전체에서 어느 단계가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체 배출량 중 약 45%는 공급망(상류), 23%는 기업 운영 과정, 32%는 소비자 사용 등 하류에서 발생한다.
프로젝트 탄소 회계 표준
프로젝트 탄소 회계는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의 환경적 타당성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탄소배출권(상쇄 크레딧)을 생성하는 회계 방식이다. 이 회계는 법적 규제가 있는 시장(의무 시장)과 자발적 시장 모두에서 적용된다. 프로젝트 표준은 배출 감축량이 실제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모니터링(Monitoring), 보고(Reporting), 검증(Verification) 절차(MRV)를 필수 요소로 포함한다.
GHG 프로토콜과 ISO는 이 목적을 위한 별도 프로토콜을 제공하며, 다양한 프로젝트 인증 기관이 프로젝트의 자격 요건과 절차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주요 인증 기관으로는 Verified Carbon Standard(VCS), 골드 스탠더드(Gold Standard), Climate Action Reserve, American Carbon Registry 등이 있다. 프로젝트에는 개발자, 중개업체, 검증기관, 구매자 등이 참여한다.
프로젝트 표준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추가성(additionality)이다. 추가성은 해당 프로젝트가 탄소배출권 수익이 없었다면 추진되지 않았어야 함을 의미한다. 예컨대, 이미 경제적 이익만으로 추진 가능한 사업이나 법적으로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사업은 추가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다양한 평가 방법이 있으나, 추가성 판단은 주관성이 개입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또 다른 핵심 원칙은 영속성(permanence)이다. 이는 감축 효과가 일정 기간 유지되어야 함을 뜻하며, 특히 산림 보전 프로젝트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 또한 중복 계산 방지도 필수 조건이다. 동일한 감축량이 여러 조직에 이중 반영되어서는 안 되며, 감축 효과가 과대 평가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일부 표준은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사회적·환경적 공동 혜택(co-benefits)까지 고려할 것을 권장한다.
ISO 14064 파트 2
ISO 14064 파트 2는 온실가스를 줄이거나 제거하는 프로젝트의 배출량을 어떻게 정량화하고, 관리하며, 보고할지에 대한 국제 표준이다. 이 표준은 프로젝트 계획 수립부터 배출원·흡수원 선정 방법, 성과 점검 기준까지 구체적인 지침을 담고 있다.
프로젝트와 정책을 위한 GHG 프로토콜 표준
GHG 프로토콜의 프로젝트 회계 표준은 적합성, 완전성, 일관성, 투명성, 정확성, 보수성이라는 여섯 가지 회계 원칙을 강조한다. ISO 14064와 마찬가지로, 제도 운영이나 배출권 거래보다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정밀하게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둔다.
GHG 프로토콜은 추가성(additionality)과 불확실성(uncertainty)에 대한 일반적인 지침도 제공한다. 다만,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필수 요건으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WRI와 WBCSD는 토지 이용, 산림, 전력 분야 프로젝트에 대한 세부 지침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으며, 국가나 지역 차원의 정책을 평가할 때는 정책 및 행동 표준(Policy and Action Standard)을 활용한다.
검증된 탄소 표준: VERRA
VERRA는 2005년 설립된 대표적인 자발적 탄소 인증 표준이다. ISO 14064 파트 2 및 GHG 프로토콜과 동일한 회계 원칙을 적용하며, 에너지, 교통, 폐기물 처리, 산림 분야의 다양한 프로젝트 유형을 인증 대상으로 삼는다.
특히 산림 보호 및 산림 파괴 방지(REDD⁺) 프로젝트를 위한 별도 방법론을 제공한다. VERRA는 추가성을 엄격히 규정하며, 배출량 중복 계산을 철저히 방지한다. 지역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프로젝트는 인증 대상에서 제외되며, 프로젝트의 모니터링 기준은 청정개발체제(CDM)를 따른다.
골드 스탠더드
골드 스탠더드는 2003년 세계자연기금(WWF)이 독립 자문위원회와 협력해 개발한 탄소 표준이다. NGO, 지역사회 기반 단체 등도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된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허용되는 프로젝트는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향상, 조림·재조림, 농업 등이다.
농업 분야는 토양 깊이에 따른 탄소 측정이 어려워 평가가 복잡할 수 있다. 골드 스탠더드는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각 프로젝트는 최소 3개 이상의 SDGs 목표를 충족해야 하며, 지역사회의 경제적·환경적·사회적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야 한다.
추가성은 재정적 타당성이나 제도적 장벽을 기준으로 평가하지만, 일부 프로젝트는 자동으로 추가성이 인정된다. 또한, 감축량 중복 계산을 방지하기 위한 독립적인 심사 절차도 마련돼 있다.
기타 적용 사례
탄소 회계는 앞서 소개한 분야 외에도 다양한 규제 환경과 자발적 활동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과 지속가능성이 강조되는 한국에서는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인증서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 또는 원산지 보증(GO, Guarantees of Origin)은 재생 가능 에너지로 생산된 전력 1메가와트시(MWh)가 실제로 전력망에 공급되었음을 증명하는 문서다.
REC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점점 더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영국은 2002년부터 재생에너지 의무이행을 위해 유사한 인증제도를 도입했으며, 유럽연합(EU)에서는 이를 GO라 부른다. 호주는 2001년부터 REC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최근 인도도 자체 REC 시장을 구축했다.
기업들은 온실가스 회계에서 스코프 2 배출량을 조정하기 위해 REC를 활용한다. 보통 스코프 2 배출량은 전력 소비량에 전력망의 평균 배출계수를 곱해 산정하는데, REC를 구매하면 이 배출계수를 낮출 수 있다. 전력 사용량이 같더라도 보고되는 배출량은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REC 구매가 곧 재생에너지 발전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추가성(additionality)' 부족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국가 단위 배출량 목록
시설 단위의 배출 데이터를 활용하면 국가 전체 배출량 통계를 보다 정확하게 만들 수 있다.
시설별 데이터를 국가 통계와 비교하면 기존 통계의 신뢰성을 점검할 수 있으며, 국가 차원의 배출계수를 정교하게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경우에 따라 시설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산업 분야의 배출량 통계를 수정하거나 갱신하기도 한다.
넷제로(Net Zero)와 정보 공개
‘넷제로’ 개념은 2015년 파리협정을 계기로 빠르게 확산되었고, 오늘날 많은 국가와 기업의 핵심 목표가 되었다.
예를 들어, ‘레이스 투 제로(Race to Zero)’ 캠페인은 2019년 시작되어, 민간기업과 지방정부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을 제로로 만들도록 독려하고 있다.
또한,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는 2021년에 넷제로 프로그램을 출범시켜 기업들이 실질적인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특히 탄소 제거 기술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제한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확하고 투명한 배출량 산정과 보고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많은 기업이 GHG 프로토콜 기업 표준과 같은 국제 지침을 활용하고 있다.
CDP와 기업의 환경 정보 공개
CDP(구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는 기업과 도시가 환경 영향을 자발적으로 공개하도록 유도하는 국제 NGO다. CDP는 투명한 정보 공개 문화를 확산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실질적인 환경 개선 활동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1년에는 전 세계 14,000개 이상의 기관이 CDP를 통해 환경 정보를 보고했으며, 2022년의 전환계획 설문에서는 스코프 1, 2, 3 배출량의 구체적인 공개를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
탄소 회계의 효과
온실가스(GHG) 보고가 확산되면서, 기업과 도시의 배출량 순위를 비교할 수 있는 정보가 늘어났다. 언론은 이 순위를 활용해 배출량이 많은 기업을 주목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2017년 CDP의 ‘카본 메이저(Carbon Majors)’ 보고서처럼, 순위 정보가 과장되거나 잘못 해석되어 혼란을 일으킨 사례도 있었다.
온실가스 보고가 실제로 배출량 감축에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명확하게 단정하기 어렵다. 여러 연구가 보고 제도 도입 이후의 배출량 변화를 분석해왔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유해물질 배출 목록(Toxic Release Inventory) 프로그램은 자발적 보고의 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프로그램에서 기업들이 배출 정보를 공개하자 실제 배출량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온실가스의 자발적 보고만으로는 배출량을 크게 줄이기 어렵다는 결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의무적 보고 제도는 더 뚜렷한 감축 효과를 보였다. 예를 들어,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의무적 온실가스 보고 규제가 기업의 실제 배출량을 유의미하게 줄였다.
또한 미국 EPA의 온실가스 보고 프로그램(GHGRP) 분석에서는, 기업들이 시설 단위의 배출량을 공개하게 되자 ‘배출 강도’는 낮췄지만, 총 배출량이 줄었다고 단정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했다. 연구자들은 의무 보고가 기업의 배출 정보를 유리하게 포장하기 어렵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감축 행동을 유도한다고 본다.
다만 연구 결과를 해석할 때는 다양한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해당 국가에서 배출권 거래제(EU ETS 등)를 운영하는지 여부, 보고 대상이 대기업 중심인지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시설 단위 보고가 요구되면, 기업이 보고 의무가 없는 시설로 배출을 옮기는 ‘배출 이전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탄소 회계의 한계
탄소 회계 방식에는 여러 한계와 비판이 존재한다.
우선, 기업이나 조직의 경계를 어디까지 설정할지, 어떤 활동을 배출량에 포함할지 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 온실가스 배출량 추정 과정에서 생기는 불확실성도 명확히 처리하기 어렵고, 기업 경영에 실질적으로 유용한 정보가 무엇인지 판단하기도 복잡하다. 사용하는 회계 표준이 서로 다르거나, 외부 검증이 부족하면 조직 간 배출량을 비교하기 어려워진다.
스코프 3 배출량 산정은 대표적인 난제다. 이는 스코프 1, 2보다 수배 이상 크지만, 기업마다 보고 방식과 범위가 다르고, 소비자 사용이나 공급망 등 관련 데이터가 불충분한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스코프 3의 정확도와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일부 기업은 CDP 같은 기관에 보고할 때 중요한 배출원을 의도적으로 누락하거나 축소하기도 한다. 실제로 2020년, MSCI 글로벌 지수에 포함된 기업 중 스코프 3 배출량을 보고한 곳은 18%에 불과했다. 특히 배출량이 많은 기업일수록 과소 보고하거나 아예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흔했다.
심지어 제3의 기관이 정리한 자료조차 기업 간 일관성이 부족하고, 공급망 협력 과정에서 중복 계산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럼에도 기업과 투자자는 스코프 3 데이터를 중요한 의사결정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제품의 환경 성과를 과장하는 사례도 많다. 일부 기업은 제품 생애주기를 부분적으로만 분석하거나, 비교 대상을 왜곡해 설정한다. 또, 시장 점유율을 제품 사용량과 혼동하거나, 유리한 데이터만 선별적으로 홍보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왜곡한다.
온실가스 감축량의 중복 계산(double counting) 문제는 탄소 회계의 신뢰도를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 이런 데이터 왜곡은 기업, 투자자, 규제 기관, 감축 프로젝트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실제 감축 효과의 평가 자체를 흐리게 만들기도 한다. 연구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 포트폴리오 기준으로 30~40% 수준의 중복 계산이 보고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탄소 회계 방식은 실질적인 감축 노력에 기여하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나 국가 단위의 탄소 인벤토리에서도 중복 계산은 큰 과제로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 인증서(REC)의 중복 보고는 실제 사용량보다 과대 계상된 수치를 만들 수 있다. 국제 탄소 시장(CDM 등)에서도 동일한 배출권이 여러 번 사용되는 일이 발생하면, 감축 비용은 증가하고, 국가 간 감축 목표 비교도 어려워진다. 이는 국제 협상에서 신뢰를 떨어뜨리고, 기후 대응 협력을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이러한 중복 계산 문제의 규모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국가 간 제도적 차이에 따라 달라진다.
탄소 상쇄 프로그램도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추가성(additionality) 부족, 감축 효과 과대평가, 효과의 지속성(permanence) 문제가 대표적이다. 2021~2022년에는 언론을 통해 자연 기반 탄소 상쇄 프로젝트, REDD+ 프로그램, 탄소 인증기관들이 위 문제들로 비판을 받았다. 특히 REDD+는 감축 성과 측정과 검증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일부에서는 긍정적 성과를 인정하는 평가도 존재한다.
최신 동향
표준 간 통합 및 호환성 강화
탄소 회계에 사용되는 표준은 점점 더 통합되고, 상호 호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제지속가능성표준위원회(ISSB)는 다양한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을 통합해 글로벌 표준을 마련하고자 노력 중이다. 2022년, ISSB는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시 규정 등 여러 공시 기준 간 차이를 줄이기 위해 실무 그룹을 발족했다.[13]
이 표준들은 모두 TCFD 프레임워크나 GHG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하지만, 세부 내용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미국 SEC는 ‘중요성(materiality)’을 재무적 관점에서만 정의하지만, EU의 CSRD는 기업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동시에 고려하는 ‘이중 중요성(double materiality)’ 개념을 적용한다. 이러한 기준 간 차이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앞으로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한편, 자발적 표준과 규제 표준 간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배출권 거래제와 국제 항공 분야의 탄소상쇄제도(CORSIA)는 자발적 탄소 시장의 표준을 제도적으로 채택한 사례다. 특히 CORSIA는 현재 7개의 자발적 탄소 표준을 공식 인정하고 있다.
넷제로 목표 지원 확대
탄소 회계 표준과 넷제로 목표의 연계도 강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SBTi는 2021년, 기업들이 단기 목표뿐 아니라 2050년까지의 장기 목표까지 명시하도록 요구하는 새 기준을 발표했다. 국제표준화기구(ISO)도 넷제로 달성을 지원하는 표준인 ISO 14068을 개발 중이다. 이 표준은 기존의 PAS 2060을 기반으로 더욱 발전된 형태로 기대된다.
스코프 3 배출 관리의 중요성 증가
대부분의 기업에서 스코프 3 배출량은 스코프 1·2보다 훨씬 크다. 이에 따라 SBTi는 기업의 전체 배출량 중 스코프 3이 40%를 넘을 경우, 스코프 3 감축 목표를 반드시 설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14] 그러나 CDP 글로벌 공급망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공급업체 중 실제 감축 목표를 설정한 곳은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공급업체와 함께 감축 목표를 세우거나, 산업별 행동규범을 제정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자체 공급망 내에서 탄소 상쇄 프로젝트를 직접 추진하기도 한다. 정부 기관도 기업이 공급업체의 스코프 1~3 배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자발적 탄소 시장의 급성장
자발적 탄소 시장은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중 2050년까지 넷제로를 목표로 삼은 54개 기업의 스코프 1~3 총 배출량은 약 25억 톤에 달하지만, 2021년 자발적 탄소 시장의 거래량은 약 3억 톤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 수요가 최대 15배, 2050년까지는 최대 100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15] 특히 향후 탄소 시장에서는 재생에너지보다 산림 복원, 탄소 포집·저장(CCS) 등 탄소 제거 기술의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검증 방식의 등장
기존 GHG 회계 방식을 보완하기 위한 독립적 검증 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프로젝트 벌칸(Project Vulcan)’은 공공 자료(에너지 통계, 발전소 배출량, 교통량 등)를 활용해 도시 단위의 배출량을 산정한다. 이 조사 결과, 미국 내 일부 도시는 실제보다 배출량을 적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16] 현재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측정과 기존 데이터 결합을 통해 도시 단위의 더 정밀한 배출량 산정도 진행 중이다.
또한 ‘클라이밋 트레이스(Climate Trace)’는 전 세계 주요 배출원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 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석유·가스 산업의 실제 배출량은 보고된 수치보다 훨씬 높다. 이러한 기술은 온실가스 보고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같이 보기
각주
- ↑ AI·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Climate TRACE’는 2023년 보고서에서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이 2023년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음을 실시간 데이터로 확인했다. 출처: Climate TRACE, “Data reveal high-impact opportunities for cutting emissions”, 2024. 사이트 링크
- ↑ 교토의정서(1997)는 CO₂, CH₄, N₂O, HFCs, PFCs, SF₆ 등 6대 온실가스를 규제 대상으로 명시했고, 2012년 도하(Doha) 개정으로 NF₃가 추가돼 총 7종으로 확대됐다. 출처: UNFCCC, “Kyoto Protocol – Annex A greenhouse gases & Doha Amendment”, 1997 / 2012. 사이트 링크
- ↑ 세계자원연구소(WRI)·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는 2001년 9월 최초의 『GHG 프로토콜 기업 회계 표준』을 발간해 Scope 1·2·3 체계를 정립했다. 출처: WRI·WBCSD, “GHG Protocol Corporate Accounting and Reporting Standard (1st ed.)”, 2001.09. 문서 링크
- ↑ CDP(舊 Carbon Disclosure Project)는 2002년 영국에서 출범한 이후 2022년에는 전 세계 18,700개 이상 기업·지자체가 데이터를 공개했다. 출처: CDP, “Nearly 20,000 organizations disclose environmental data in record year”, 2022. 사이트 링크
- ↑ 2020년 기준 S&P 500 기업의 81%가 자발적으로 Scope 1·2 배출량을 CSR/지속가능성 보고서에 공개했다. 출처: Harvard Law School Forum, “Corporate Greenhouse Gas Disclosures”, 2022.06 (2020 데이터 분석). 사이트 링크
- ↑ EU는 2024년부터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을 시행해 대기업·상장사를 대상으로 기후·ESG 정보를 의무 공시한다. 출처: European Commission,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2024. 사이트 링크
- ↑ 미국 SEC는 2024년 3월 기후공시 최종 규정을 채택, 대규모 상장사에 Scope 1·2 배출량 보고와 외부보증(확신)을 요구했다. 출처: U.S. SEC, “SEC Adopts Rules to Enhance and Standardize Climate-Related Disclosures”, 2024.03. 사이트 링크
- ↑ 한국은 2021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해 2050 탄소중립과 기업·공공기관 배출보고 의무를 법제화했다. 출처: 대한민국 국가법령정보센터,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법률 18469호)”, 2021.09. 사이트 링크
- ↑ IPCC는 2006년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지침』(2006 IPCC GL)을 채택해 투명성·정확성·일관성·완전성·비교가능성 원칙을 규정했다. 출처: IPCC, “2006 Guidelines for National Greenhouse Gas Inventories”, 2006. 사이트 링크
- ↑ PAS 2060은 조직·제품의 탄소중립 달성 요건(잔여배출 상쇄 포함)을 제시한 영국표준협회(BSI)의 국제 인증 규격이다. 출처: BSI, “PAS 2060 – Carbon Neutrality”, 2023. 사이트 링크
- ↑ 미국 EPA의 『GHG Reporting Program(GHGRP)』은 연간 25,000 tCO₂e 이상 배출 시설 약 8,000개소에 배출량 공개를 의무화한다. 출처: U.S. EPA, “Greenhouse Gas Reporting Program – Overview”, 2024. 사이트 링크
- ↑ PAS 2060·ISO 14067 등 제품 탄소발자국 표준은 전 생애주기(LCA) 기반으로 제품별 배출량을 정량화·공개하도록 요구한다. 출처: BSI, “PAS 2060 – Carbon Neutrality” / ISO, “ISO 14067 Product CF”, 2023. 사이트 링크
- ↑ ISSB(국제지속가능성표준위원회)는 2024년 IFRS Sustainability Disclosure Standards를 통해 각국 공시제도를 통합하는 ‘글로벌 베이스라인’을 제시했다. 출처: IFRS Foundation, “ISSB Update”, 2024.04. 사이트 링크
- ↑ 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SBTi)는 2015년 CDP·UNGC·WRI·WWF가 공동 출범시킨 후, Scope 3 배출이 전체의 40% 이상이면 별도 감축목표를 필수로 요구한다(‘C4’ 기준). 출처: SBTi, “Global campaign launched to recruit 100 companies (2015 보도) / SBTi Corporate Near-Term Criteria v5.2”, 2015 / 2024. 문서 링크
- ↑ 자발적 탄소시장(VCM) 수요는 2030년 15배, 2050년 100배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는 맥킨지 분석이 제시됐다. 출처: McKinsey, “A blueprint for scaling voluntary carbon markets”, 2021. 사이트 링크
- ↑ 미국 ‘Project Vulcan’ 연구는 48개 미국 도시의 자체 보고 배출량이 실제보다 평균 18% 저평가됐음을 밝혀 자발적 보고 한계를 지적했다. 출처: Wired, “American Cities Are Way Under-Reporting Their Carbon Footprints”, 2021. 사이트 링크